하동군 악양 "박경리 토지길" 산책
섬진강 매화가 활짝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탐매(探梅) 여행에 나선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섬진교]
먼저 하동군 악양면의 박경리 토지길를 조금 산책하기로 한다.
박경리 토지길 1코스 산책은 악양 만수당(萬壽堂)에서부터 시작된다.
[만수당]
수 백년 묵은 느티나무가 있는 만수당을 지나니 바로 악양 공설시장이다.
[악양 공설시장 장승]
몇 년 전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는 이곳 "악양"의 지명은
신라.당 연합군을 이끌고 온 당나라 소정방이
이곳이 중국 악양과 꼭 닮았다 해서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취간림]
악양 외곽으로 나서니 취간림(翠澗林)이라는 공원이 나타난다.
500년 나이를 자랑하는 향나무를 중심으로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섬진강 지류, 악양천 변에 물 막이용으로 심었던 나무가
이처럼 예쁜 숲으로 자라났다는 "취간림"은 아름다운 숲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단다.
악양을 벗어난 토지길은 조씨고택을 향해 바쁠 것 없이 느리게 이어져 간다.
하늘은 맑고 화창하다.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봄바람 또한 따사롭다.
조씨고택이 있는 악양면 정서마을로 들어선다.
[정서마을 벽화]
길섶에 늘어선 시골집 벽에는 예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이 지역 특산물로 유명한 대봉감 벽화도 눈에 띈다.
[정서마을 벽화]
흙으로 쌓은 돌 담장이 둘러쳐진 조씨고택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조씨고택 담장]
고색창연한 이 "조씨고택"은 1870년경 중국과 장사를 하면서
큰돈을 벌었다는 풍양 조씨 "조재희"라는 분이 17년 동안 지은 집이란다.
[조씨고택 장독대]
악양에서 "조부자집"으로 통하는 이 집과 집 주인이
박경리의 소설 "토지" 속 주인공인 최 참판의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씨고택]
위세등등하던 그 때 그 시절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씨고택엔 그저 쓸쓸한 기운만 어슬렁거리고 있다.
동구 밖 양지 녘에 앉아 계신 연로한 할머니 한 분을 만난다.
열 여덟 꽃다운 나이에 이 마을로 시집 와 70년을 살았다고 말씀하신다.
[정서마을]
깊은 주름에서 만고풍상의 연륜이 느껴지지만 참 곱게 늙으신 듯 하다.
마을을 휘도는 길목에서 뒤돌아본 정서마을이
나의 살던 고향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이 곳 악양에는 네 가지의 향기가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지리산 자락의 향긋한 "차향"과 문학의 멋이 느껴지는 "문향"이 있고
도시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어 일으켜주는 "도향"과 함께
슬로시티로 지정된 느림의 미학 "만향"이 있다고 했던가~!
"만향"을 느껴보기 위해 느릿느릿 걷는 발걸음 앞에
팝콘 터지듯 피어오른 매화꽃이 한아름 안겨 든다.
와글거리며 밀려드는 매화 꽃의 파죽지세에 놀란 동백꽃이
눈물처럼 붉은 꽃송이를 뚝뚝~ 떨어트리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파랗게 돋아난 보리밭에도 봄이 밀물처럼 밀려와 있다.
이 곳 평사리 들판을 "무딤이들"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이 들녘을 지나다가 소설 "토지"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엄동설한의 기나 긴 겨울 속에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
그러나 활짝 핀 매화꽃을 앞세운 봄은 어느 틈에 질퍽하게 밀려와 있다.
구수한 옛날 이야기가 서려있을 것 같은 작은 고개 하나를 넘는다.
고개 너머에 세워진 이정표 하나가 이곳이 입석마을임을 알려준다.
들녘에 활짝 핀 매화꽃들이 잔잔한 꽃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입석마을을 지나 도착한 봉대마을 초입에
평사리 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설명하는 약도 하나가 세워져 있다.
취간림에서 이어져온 토지길은 이제 이 곳에서
지리산 둘레 길과 나뉘어 지는 것 같다.
[산자고]
느림의 미학을 음미하며 유유자적 걸어온 사람들을
하얗게 핀 야생화 하나가 반갑게 영접해 준다. 산자고 꽃같다.
최참판댁과 토지장터를 알리는 이정표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이제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토지장터이고
장터를 지나면 하동군이 자랑하는 명물, "최참판댁"을 만날 수 있다.
[토지장터]
장터 주막에 잠시 앉아 악양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감칠 맛 나는 재첩국 점심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다.
토지장터 난전에 놓인 하얀 고무신들이 앙증맞아 보인다.
[최참판댁 사랑채]
드디어 최참판댁이다.
이 최참판 댁은 SBS 대하드라마 "토지" 촬영을 위해 만든 야외세트라는데
조금 전, 지나온 조씨고택을 보고 지은 집이라서 그런지
규모가 크면서도 구석구석이 섬세하다.
평사리 들녘을 지나는 토지길 1코스는 모두 18킬로라는데
오늘 우리는 약 6~7킬로 정도의 일부구간만 산책한 셈이다.
토지길이 있는 이곳 악양지역에는 30여곳의 마을이 있는데
예로부터 이곳 마을들은 인심이 후하고 먹 거리가 많아
거지가 이 지역을 한 바퀴 돌면서 구걸하는데도
적어도 1년이 걸렸다는 예기도 전해진다.
"느리게 살기"를 추구하는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악양~!
그 악양을 가로지른 박경리 토지길은
꽃과 강과 아름다운 스토리가 어우러진 멋진 길 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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