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승부역을 찾아~ 1편
○ 석포역에서 승부역으로
두메산골 오지를 향해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간이역~ 승부역을 찾아가는 날도 그랬다.
[봉화 석포역]
설레는 마음으로 봉화 석포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경~!
낯설어하는 이방인을 영풍 아연제련소가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뜨겁게 영접해준다.
[영풍 아연제련소]
승부역으로 출발하기 전, 먼저 석포리 거리부터 잠깐 둘러본다.
[추억의 다방]
모닝커피 향수가 어린~ 그 때 그 시절의 시골 다방도 눈에 띄고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석포이발관" 또한 아련한 향수를 불어 일으켜 준다.
[석포이발관]
석포역 부근에서 만난 "승부역 가는 길" 이정표는
이 길이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승부역 가는 길]
○ 굴티~가수리봉
영풍제련소로부터 약 2.6킬로 정도 내려온 "굴티"라는 곳에서~
"승부역 가는 길"을 향한 본격적인 트렉킹을 시작한다.
[굴티 이정표]
아주 먼 옛날 삼척나라와 울진나라, 강릉나라가
서로 땅 따먹기 경쟁을 하며 세력을 다투던 시절
삼척나라 군사들이 강릉나라에 쫓기다가 주둔했던 이 곳이
처음 군지(軍趾)라는 지명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굴티"가 되었다고 한다.
[낙동강 상류]
유구한 세월 속의 숨어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적없는 오지를 흐르는 강물은 그저 무심하기만 하다.
[낙동강 상류]
태백의 삼수령 아래 황지연못에서 시작된 작은 물줄기가
구문소를 지나 제법 물길다운 물길로 불어나면서
천 삼 백리를 흐르는 낙동강의 원류를 시작하고 있다.
강여울이 소(沼)가 되고 소(沼)가 다시 여울로 변하는 여울목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여러 개의 두꺼비 바위들이 보인다.
[두꺼비 바위]
지그시 눈을 감고 동면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따사로운 봄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기다림으로도 보인다.
[지긋이 눈을 감고 있는 두꺼비 바위]
오가는 사람하나 보기 힘든 첩첩산중 산길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수정처럼 맑은 강물과 그 강을 따라가는 철 길~
그리고 사방을 에워싼 높은 산들 뿐이다.
뽀옹~! 기적소리와 함께 갑자기 튀어나온 기차하나가 요술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아마도 승부역으로 가는 눈꽃열차인 것 같다.
[철길을 지나는 눈꽃열차]
○ 가수리봉~결둔
석포에서 십리쯤 들어온 곳에 "가수리봉" 삼거리가 나타난다.
음지에는 아직도 하얀 눈과 얼음이 길을 가득 덮고 있다.
[가시루봉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
그러나 그렇게 위세를 부리던 겨울 동장군도 이제~
강물을 따라 흘러 드는 봄기운에 밀려 슬슬 꼬리를 내리는 듯한 눈치다.
여울 속 강자갈에 붙은 얼음에는 하얀 잔설이 남아 있지만
강자갈 틈을 비집고 흐르는 물살은 분명 봄의 소리 왈츠를 연주하고 있다.
[여울 고드름]
호락호락 떠나기가 싫은 겨울이 여울 속 바위에 예쁜 고드름을 매달아 놓고
결코 밀리지 않겠다며 안간 힘을 다하고는 있어도~
입춘을 앞세우고 진군해 오는 봄 기운을 어찌 막을 수가 있으랴~!
계절까지 건너뛰며 흐르는 강물에 겨울도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쓸려가는 것 같다.
백두대간 산줄기를 휘돌아온 길은 이제 결둔교 앞에 다다른다.
[결둔교]
○ 결둔~서낭골
석포역에서 승부역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옛날 군사들이 집결한 장소였다는 "결둔"마을이 나타난다.
[결둔 이정표]
"결둔"이라는 곳을 알리는 이정표 너머 강변 얼음에는
톱니 모양을 한 작은 고드름들이 물살을 톱질하고 있다.
결둔마을 깊숙이까지 기어들어온 산길은 이제 다리를 건너
화전을 일구고 사는 산촌마을 밭 두렁 길로 위풍당당 들어선다.
인적이 뜸한 두메산골 오지에 갑자기 나타난 발걸음 소리에
오지마을 시골집들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하나 둘 그 모습을 나타낸다.
[산촌 시골집]
화전으로 일군 밭에 메밀 또는 고냉지 채소를 가꾸거나
토종벌을 사육하며 사는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다.
산촌 폐가 하나를 지나 잠시 올라서본 철 길~
마음은 아련하게 이어진 철 길을 한없이 따라가고 싶지만~
[철길 체험]
3백 미터 정도의 철 길 체험만 마치고 다시 산길로 내려서고 만다.
[서낭골로 건너는 다리]
갈 지자 모양으로 휘어진 길은 이제 작은 횟다리를 건너기 시작한다.
○ 서낭골~마무이
횟다리 앞에 세워져 있는 "서낭골" 이정표는
아직 승부역까지 5.3킬로를 더 가야한다는 것을 알린다.
[서낭골 이정표]
나지막한 횟다리 아래로 티없이 맑은 물이 흐른다.
빈 지게를 지고 지나가시는 할아버지를 만나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리니~
"아니 이런 산골에 뭘 구경할게 있다고 오나?" 반문하며
도대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나가신다.
[서낭골에서 만난 할아버지]
작은 횟다리가 없던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서낭골은 접근하기 어려운 육지 속의 섬마을이었다고 한다.
텅 빈 밭 고랑은 메밀 꽃이 흐드러진 것처럼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 마무이~구두들
서낭골을 지나 올라선 언덕마루에 "마무이"마을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은 마무이 마을로 이어진 길이고 왼쪽은 승부역으로 가는 길이다.
[마무이 삼거리]
옛날 태백 퉁점에서 구리를 싣고 들어오는 마차가 산을 넘는 길목이라 하여
마문(馬門)으로 불리다가 마무이가 되었다는 마을에는
지금 2가구가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마무이 내리막 길]
작은 산 고개를 넘어선 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내려서더니
수정처럼 맑은 낙동강 물줄기를 다시 또 만난다.
[다시 만난 낙동강]
맑은 물과 함께 흐르는 심산유곡 산길이 그저 고요하다.
저벅거리는 발자국소리와 물소리가 천상의 화음을 이룬다.
[구두들로 이어지는 산길]
쪽보다 더 푸르게 보이는 강물~ 혹시나 이슬들이 모인 물은 아닐까?
인기척하나 없는 숲속 어디선가 이슬처럼 해맑은 산새소리까지 들려온다.
부드럽게 휘어진 다리를 건너면 이제 구두들이라는 곳이다.
이제 승부역은 십리 쯤 남아있을 것 같다.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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