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승부역을 찾아~ 2편
○ 구두들~본마을
산간벽지 오지를 걷다보면 만나는 지명들 모두가 낯설다.
구두들~ 도대체 무슨 뜻이 숨어 있을까?
불룩하게 언덕 진 곳을 두들이라고는 하는데~ 에잇 알 수가 없다.
[구두들 이정표]
구두들 마을 끝 자락의 예쁜 정자하나를 지나니
또 다른 횟다리 하나가 나타난다. 큰비가 내리면 잠기는 잠수교다.
[잠수교]
오지를 흐르는 낙동강과 그 강을 가로지른 작은 다리~
그리고 다리를 건너온 시(詩)같은 산길이 한 폭의 그림으로 어우러져 있다.
[잠수교를 건너]
산을 꿰뚫고 빠져나온 기차 터널이 첩첩산중임을 잘 보여준다.
다리를 건너온 길은 이제 완만한 산 고개 하나를 넘기 시작한다.
구비구비 넘어 온 산 고개를 내려서니
시야가 확 트이면서 넓은 산비탈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비탈밭]
옛날 전쟁 때 승부를 겨뤘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승부리 본마을이다.
산을 등에 지고 멀리 강을 내려다 보고있는 배산임수의 명당~
승부리 본마을에는 대 여섯가구 정도의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승부리 본마을]
○ 본 마을~ 아랫불~승부역
멀리 "하늘 세평"이라는 팬션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 1.4킬로만 더 가면 목적지 승부역을 만날 수 있다.
[승부리 본마을]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만났던 시골집들이 도대체 모두 몇 채나 될까?
10여킬로의 길 주변에 사는 집들이 모두 40여채 정도라니 분명 오지는 오지같다.
[아랫불 앞산]
그 흔한 구멍가게하나 눈을 씻고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길~
이제 아랫불 마을을 지나 예쁜 산 하나를 마주 보며 내려선다.
마을을 빠져나오니 다시 그림처럼 흐르는 낙동강이 나타난다.
[승부역 앞 현수교]
드디어 저 멀리 승부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승부역 바로 앞에는 작은 현수교 하나가 세워져 있다.
몇 년 전, 태풍으로 유실된 나무출렁다리 자리에 새로 만든 철 다리란다.
[승부역]
건너편 승부 역에는 예쁜 기차 하나가 꼼짝도 않고 멈추어 있다.
눈꽃 관광객을 싣고 온 관광열차로 보인다.
[승부역 앞 잠수교]
첩첩산골 오지인 봉화 승부역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겨울 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부터 라고 한다.
승부역으로 건너기 전, 점심식사를 위해
잠수교 앞을 지나 먹 거리 촌으로 올라 선다.
[승부역 먹거리 촌]
비룡산 등산로 입구 좌우에 조성되어 있는 승부역 먹 거리 촌은
승부리 주민들이 눈꽃열차 관광객을 상대로 겨울철만 여는 포장마차 촌이다.
[비룡산 등산로]
비룡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는 아직도 한 겨울이다.
[눈꽃 관광열차에서 내린 사람들]
점심을 마치고 나올 무렵~ 또 한대의 관광열차가 승부역에 도착~
수백명의 눈꽃열차 관광객들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눈꽃열차 관광객들에게는 약 1시간 반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니
먹 거리 촌과 주변을 둘러보기에 무척 바쁠 것 같다.
[승부역 건너편 산길]
이제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승부역을 만나기 위해 잠수교를 건넌다.
[잠수교]
○ 승부역 주변
20년 가까이 승부역에 근무하다 퇴직한 어느 역무원이 썼다는
한편의 짧은 시(詩)가 역구내 돌비에 새겨져 있다.
[하늘 세평 시비]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기차가 멈추는 간이역 중 가장 작다는 승부역~
역구내에 있는 대합실이 아닌게 아니라 콧구멍만큼이나 작다.
[승부역 대합실]
아무리 기차표 파는 역무원도 없는 간이역이지만 세 평도 안되어 보인다.
작은 대합실 벽에는 "승부역에서 띄우는 편지" 하나가 게시되어 있다.
[대합실에 걸린 편지]
"문득 그리움이 생길 때, 보고픈 이들에게 편질 띄우세요.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간이역의 여운이 당신의 마음과 함께 전해집니다."
[승부역 구내 우체통]
대합실 바로 옆에는 "승부역에서 띄우는 편지"를 부치는
빨간 우체동 하나가 이제나저제나 편지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승부역 구내 단풍나무 앞 조형물]
우체통 부근 단풍나무 앞에는 자물쇠를 걸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치미술가 김초희 씨의 작품"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승부역 부근]
탄광 일을 하던 총각과 강릉으로 직장을 다니던 처녀가
이곳 승부역에서 열차가 잠깐 교차하는 사이 단풍나무 앞에서 사랑을 나눴는데
어느 날 탄광사고로 죽었다는 총각소식을 듣고
처녀도 앓다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서린 곳이다.
[영암선 개통기념비]
승부역 뒤 언덕에는 철암과 영주 사이의 영암선개통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기념비 글씨는 이승만 전대통령의 친필 휘호라고 한다.
[승부역 부근 시골집]
20가구 정도의 승부역 주변 마을 주민들이 가끔 춘양에 장 보러 나갈 때
열차를 올라탄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간이역~
[승부역 건너편 산길]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고 화단도 세평뿐인 작은 역이지만
세상 그 어느 역보다도 크고 행복한 역인 것 같다.
○ 승부역~춘양역
열차가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어렵고
아직은 문명의 오염이 덜 된 듯이 보이는 승부역을 이제 그만 떠나야 한다.
[승부역 이정표]
그런데 승부역 한자를 보니 이기고 지는 그 승부(勝負)가 아니라
부자로 받들자는 승부(承富)로 되어있다.
아마도 가난했던 마을 사람들이 빌던 간절한 소망이 스며들었나 보다.
[승부역→양원역→분천역]
이제 승부역에서 열차를 타고 분천역을 거쳐
"춘양목"으로 유명한 춘양역까지 30분만 달리면 모든 여정이 끝나고 만다.
아쉬워하는 마음 속으로
안도현의 시(詩) <아침엽서> 한 구절이 떠오른다.
"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날렵한 고속철도의 속도 안에 있는 게 아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산촌마을]
" 아주 작고 느린 움직임들이 모여서
아름다움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작고, 느림이 이 세상의 중심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 안도현 시(詩) <아침엽서>에서
<끝>
[춘양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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