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산령~비수구미 마을
강원도 화천에 있는 육지 속의 섬, 비수구미 오지마을과
양구지역 민통선 안에 있는 두타연 길, 트랙킹에 나서본다.
[연초록 빛 신록]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는 화천 배후령 터널을 지나
고개 위의 해산터널을 빠져 나오니 바로 비수구미로 들어서는 들 머리다.
해산령 쉼터 앞에 서있는 이정표 하나가 비수구미 오지마을까지
시오리길, 6킬로라는 것을 조용하게 알려준다.
맑은 하늘엔 흰 구름이 두둥실 떠있고
호젓한 산길 여기저기에 피어오른 수많은 야생화들이 길손을 반긴다.
길섶에 군락을 이룬 노란 "산 괴불주머니"꽃이 청초하게 보이고
[산괴불 주머니 꽃]
노란색으로 피었다가 붉게 변해가는 "병 꽃나무" 꽃도 참 화사하게 보인다.
[병 꽃]
계절의 여왕 5월은 오지마을 비수구미로 가는 산길 양쪽을
거센 연 초록빛 신록의 물결로 휘감아버리고 있다.
딱정벌레 한 마리가 꽃가루 수분작업을 하고 있는 산 딸기 꽃을 지나
[산 딸기 꽃]
줄기를 잘라보면 누르스름한 아기 똥같은 진액이 스며 나와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노란 "애기똥풀 꽃"을 스쳐가니
[애기똥풀 꽃]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숲길이 끝도 없이 펼쳐져 온다.
휴전선과 가까운 강원도 화천군 파로호 최상류에 있다는 오지마을~
"맑은 물과 소(沼)가 빚어내는 신비한 아홉가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비수구미(秘水九美)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하고
궁궐 건축용 소나무 군락을 베어내지 말라는 조선시대의 금표(禁標)~
"비소고미금산동표(非所古未禁山東標)"가 인근 바위에 새겨져 있어
[비소고미금산동표]
"비소고미"로 부르다가 "비수구미"가 되었다는 말도 들리지만
아무튼 첩첩산중 두메산골로 이어진 5월의 숲길에는
눈길 가는 곳, 온 천지에 일렁이는 초록빛 파도가 거세기만 하다.
봐도~봐도~ 싫지 않는 초록빛 세상 속을
걸어도~걸어도 지루하지 않는 원시의 숲길을 따라 실개천 흐르듯 걷는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이 온통 초록빛 천지다.
초록빛 물장구를 치며 신록의 냇물을 건너는 두 발도 초록빛에 젖어버리고
초록빛 숲을 휘젓는 두 팔에도 어느새 초록빛이 스며들어온다.
[철쭉과 비수구미 계곡]
연분홍 철쭉이 곱게 핀 비수구미 계곡을 가로질러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작은 다리를 건넌다.
앞을 다투며 꽃을 피우고 있는 온갖 야생화들이 길섶에 바글바글하다.
노랗던 "병꽃나무" 꽃은 이제 정열적인 붉은 색으로 변신 중이다.
[병 꽃]
와글와글 피어오른 "돌 단풍" 꽃이 초록빛에 물든 길손을 하얗게 반겨준다.
[돌단풍 꽃]
초록빛 세상 속을 초록빛 마음으로 두 시간쯤 걸었을까~?
깊은 숲 속에 꽁꽁 숨어있던 비수구미 마을이 배시시~ 그 모습을 들키고 만다.
예전 비수구미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았다는데
지금은 두세 집만 남아 서로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야 하는 실정이란다.
[콧구멍 다리]
매년 장마철이면 파로호 물이 집 앞까지 밀려와 넘실댄다는 마을~
작지만 운치있어 보이는 콧구멍다리 하나가 마을 길을 이어놓고 있다.
[미수구미 마을 이장집.. 산채 비빔밥]
비수구미 이장 집에 들어가 받아든 산채비빔밥 점심상에는~
자연산 취와 두릅, 고사리, 다래 순 등, 산나물이 그득하고
비수구미 계곡에서나 맡을 수 있는 향긋한 오지마을 향기가 난다.
2. 비수구미마을~ 선착장~ 평화의 댐
비수구미 산나물 비빔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 근심이 사르르르~ 사그라지면서 부러울 것 하나 없는 마음이 된다.
점심을 마친 후, 선착장에서 삼삼오오 나누어 탄 소형 모터보트로
평화의 댐이 있는 수하리 선착장으로 달린다.
[모타보트를 타고 평화의 댐으로]
한국전쟁당시 중공군 3만여명을 전멸 시켰다는 승전보에
고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격파한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라고 명명했다는 댐 상류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댐이 세워져 있다.
[평화의 댐]
북한이 금강산 댐을 터트리거나 천재지변으로 무너졌을 경우를 대비해
1987년부터 불야~불야~ 건설한 "평화의 댐"이라고 한다.
[비수구미 생태길 약도]
파로호 최상류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몇 안 남은 오지(奧地)~ 비수구미마을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 꽁꽁 숨어있는 최후의 "샹그릴라"인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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