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태공의 글사랑/회사사보 투고

『뜬세상의 아름다움』을 읽고...

by 전태공 2011. 12. 17.

『뜬세상의 아름다움』을 읽고...

독서의 즐거움이란 두 영혼의 해후라고 했던가? 참으로 오랜 만에 두 영혼이 해후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좋은 책을 읽었다.

뜬세상의 아름다움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남겨 놓은 산문 중 42편을 추려 모은 책이다.

"뜬세상의 아름다움"에는 위대한 실학자이며 경세가라고만 알고 있었던 다산 선생의 인간적인 고뇌과 철학, 그리고 서정적인 감각들이 구구절절 담겨져 있다. 한마디로 심산유곡의 맑은 물에나 녹아 있을 법한 송이 향이 난다고나 할까?

자상한 아버지로서 자식의 교육과 앞날을 걱정하느라 잠 못 이루고, 다정다감한 지아비로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우애 있는 형제로서 형과 아우의 일들을 나의 일처럼 고뇌하는 다산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와 똑 같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어 더욱 더 친밀감이 간다.

1789년에 문과에 급제 후, 22세의 나이로 정조 임금에게 중용(中庸)을 강의하고 천문, 지리, 농사정책, 수리기술 등, 여러 학문에 능통하여 정조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다산 정약용 선생~ !

정조의 죽음과 함께 정치적으로 몰락하며 19년간의 유배생활을 치르면서도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를 짓던 마음으로 ‘여유당전서’ 500권을 저술할 수 있었던 다산선생의 그 해박한 지식과 초인적인 능력들이 결국 많은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 내 책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후세의 사람들은 오로지 사헌부에서 올린 장계와 심문 기록으로만 나를 판단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겠느냐.”라며 두 아들로 하여금 자신의 저서들을 후세에 전하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또한 다산선생의 혜안이 엿보이기도 한다.

다산과 같은 기록보존에 대한 지혜가 있었던들 영화 『취화선』의 주인공인 조선말기 수묵화의 거장 오원 장승업에 관한 기록이 몇 가지 밖에 전해오고 있지 않는 작금의 아쉬움을 피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 안빈낙도(安貧樂道)하리라 했건만, 막상 가난하니 안빈(安貧)이 안되네."라고 한탄하며 현실생활의 어려움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던 다산의 생각은 "온 천하"의 굶주림을 해결해 보겠다는 경세(經世)사상의 기초를 이루어 간다.

 " 사람답지 않고서야 어떻게 남을 돕고 세상을 건지겠나?  사대부의 마음이란 비 갠 뒤의 바람이나 달과 같이 털끝만큼도 가리워 진 곳이 없어야 한다. 하늘과 인간에게 부끄러울 일은 칼로 끊은 듯 범하지 말라." 라고 외치며 사람다운 길을 완성시켜 보려는 다산의 철학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다산의 정원 "죽란(竹欄)"에 친구들이 모여야 하는 때를 " 살구꽃 피면 한번 모이고, 복사 꽃 피면 한번 모이고, 한 여름 과일이 익으면 한번 모이고, 초가을 연꽃 구경을 위해 한번 모이고, 국화꽃 피면 한번 모이고, 겨울에 큰 눈이 오면 한번 모이고, 세모에 화분의 매화꽃이 피면 한번 모인다." 라고 정하며, 한 가지라도 더 명분을 붙여, 한번이라도 더 친구들을 모이도록 해 보려는 다산의 지혜와 재치를 생각하며...

 나는, 문득 읽던 책을 덮고 가까운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 난초 향기가 나는 상큼한 책을 만난 기념으로, 소주 한잔 살테니 빨리 모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