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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공의 글사랑/회사사보 투고

난(蘭)의 미학(美學)

by 전태공 2011. 12. 17.

난(蘭)의 미학(美學)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산 너머 남촌으로부터 우아한 풍치와 고상한 절개를 가진 매화가 "아치고절(雅致高節)"의 아름다움으로 붉은 꽃을 피우면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춘란(春蘭)들도 덩달아 꽃대를 올리며 향긋한 난 향을 풍기기 시작한다.

 

깊은 산속 소나무 숲 자락에 몰래 피어올라 겉으로는 부드러운 듯, 안으로 강인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미(美)를 가진 늘 푸른 풀, 난초는 푸른 잎에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함께 기하학적인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하게 만든다.

 

청초한 마음을 상징하는 난에는 또 부드러움만큼이나 맑디맑은 꼿꼿한 선비의 절개가 청정옥수처럼 스며있다. 난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서정시와도 같은 순수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귐이 친밀하고 쇠보다 굳은 친구 사이를 난의 향기와 비유하여 “금란지교(金蘭之交)” 라고 부르는 것일까?

 

난은 동양란과 서양난으로 나뉘고 동양란은 한국춘란, 중국춘란, 일본춘란으로 나뉘는데 난애호가들은 그 중에서도 꽃대 하나에 꽃 한 송이를 피우는 일경일화의 한국춘란을 으뜸으로 친다.

 

사무실에 한두 분씩 놓여있는 난들은 대부분 꽃대 하나에 여러 송이의 꽃을 피우는 일경다화의 배양된 중국난에 속한다. 애란인들이 선호하는 난으로서는 크게 잎의 무늬가 아름다운 엽예품(葉藝品)과 꽃의 모양과 색이 아름다운 화예품(花藝品)으로 구분한다.

 

녹색의 난 잎이 예쁜 모양으로 변이된 품종을 엽예품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엽예품으로서는 난잎 한 가운데, 흰색 또는 노란색이 꿰뚫고 지나간 “속빛 줄무늬” 중투호(中透縞)가 있고, 잎의 가장자리에 희거나 노란 줄이 들어 있는 “갓줄무늬”, 복륜(覆輪)이 있다.

 

또 호랑이 무늬처럼 잎에 노란색 얼룩무늬가 불규칙하게 들어간 호반(虎斑)이 있고, 뱀의 피부처럼 잎에 하얀 반점이 있는 그물무늬, 사피(蛇皮) 등이 있다. 화예품(花藝品)은 꽃의 모양이나 색깔에 원예적 가치가 있는 난으로서 소심(素心)과 색이 있는 색화(色花), 기형으로 핀 기화(奇花) 등을 가리킨다.

 

난 꽃은 보통 녹색으로 가운데에 약간의 붉은 잡색이 들어있는데 난 꽃잎에 녹색 외에 다른 잡색이 섞이지 않고 꽃술 바탕색까지 한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난을 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인 소심이라 부르고 있다. 그 외에 황화, 자화, 적화, 주금화 등, 피는 꽃의 색으로 이름을 구분하거나 일반 난과 다른 모양의 꽃을 피운다고는 기화(奇花)나 두화(頭花) 등으로 이름 지어 화예품을 구분한다.

 

예로부터 고결한 선비의 인품과 닮았다고 사군자(四君子)로 부르며 수묵화(水墨畵)의 소재로 삼아 그 절개를 칭송해왔던 난~! 사람은 처음 사냥과 말타기를 즐기다가 주색을 가까이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난과 돌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응마주색난석'(鷹馬酒色蘭石)"이라는 옛말처럼 난은 이끼 낀 고목만큼이나 산전수전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사람만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고상한 취미라고 하겠다.

 

정성으로 난을 가꾸어 보면서 난의 미학에 한번 빠져보자~! 난에게 맑고 깨끗한 물을 주면서 꽃과 신아(新芽)의 솟아오름을 기다려보자~! 그 기다림의 미학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배워보고 또 비우고 버리려는 일체유심조의 마음을 난에서 배워보자~!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자유로움이 신아처럼 솟아오름을 느낄 것이다. 끝.